4300km의 신혼여행
울릉도 부부 장순철 x 김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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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적인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신비의 섬 울릉도로 귀촌 한 지 4년 차인 장순철 김은경 부부입니다! 울릉도의 아름다운 자연 속 백패커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인 ‘대피소 울릉’을 운영하고 있어요.🏠 반려묘(참깨 & 들깨)와 함께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소개하며 여행자들이 울릉도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면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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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집 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좀 더 특별하고 재미난 신혼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어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PCT를 걷자!” 우리에게 PCT는 상수(변하지 않는 수)였어요. 우리나라와 다른 미국의 트레일 문화를 경험하면서 멋진 풍경을 보고 싶었어요. 결혼 후 찾아올 임신, 출산, 육아와 같이 따라올 다양한 변수들이 펼쳐지기 전에 도전해 보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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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생소한 분들도 있을 테니,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이하 PCT)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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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T(Pacific Crest Trail)는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총 거리 4,264km(2,665마일)의 장거리 트레일이에요. 멕시코 국경과 접해 있는 ‘Campo’라는 마을에서 시작해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 3개의 주를 가로질러 국경을 넘어 캐나다 ‘Manning Park’까지 이어져요. 사막, 초원 호수, 강, 눈 덮인 높은 산 등등 우리가 아는 대자연의 모든 것이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을 매일 볼 수 있어요.
장거리의 트레일이기 때문에 배고픔, 목마름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계절에 따른 추위와 더위와도 싸워야 하고 야생동물로 인한 위험요소도 마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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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T는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겪으며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고, 약 6개월간 꾸준히 걸어야 완주할 수 있는 길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영화 ‘와일드’를 통해 많이 알려졌고, 매년 다수의 한국인 하이커들이 PCT에 도전하고 있죠.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 이하 JMT)도 지나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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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의 반을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데,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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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서 보내야 하는 6개월에 대한 두려움보단 남겨두고 가야 할 반려묘들과 다녀와서 맞닥뜨릴 현실이 걱정되긴 했죠. 참깨와 들깨 그리고 대피소 울릉 운영에 대한 고민, 그리고 일을 그만두면 경력 단절과 돌아온 후의 삶에 대한 걱정이 컸어요. 다행히 육지에 사는 동생 부부가 반려묘들을 맡아 주었고, 대피소 울릉은 동네 친구가 대신 운영해 주기로 해서 걱정을 덜었죠. 미래에 대한 고민은 조금 남아 있었지만 그건 길 위해서 함께 고민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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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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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T 준비할 때 하신 일이 있다면?
(예를 들어 체력을 끌어 올리거나 준비 물품 준비 등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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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PCT를 다녀온 경험자들과 그 길을 준비하는 예비 하이커들이 만나는 장거리 하이커 모임에 참석했어요. 우리의 계획을 피드백 받고, 경험자들의 노하우나 최신 정보들을 얻고 싶었어요. 모임에서는 PCT를 걷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허가 서류(PCT Permit과 미국에서 6개월 동안 머물 수 있는 VISA 등)를 발급받는 방법부터 날씨, 음식, 의류, 신발, 장비, 훈련 등 장거리 하이킹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사전에 큰 어려움 없이 허가서류를 준비했고, 경험자들의 노하우와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검증된 장비를 선택해 준비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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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성있게 매일 매일 해나가는 훈련, 길 위에서는 누구에게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음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 나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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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T에 가져갈 장비들로 전지훈련을 떠났어요. 동계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했지만 예상치 못한 한파와 국립공원 출입통제로 갈 수 없게 되었죠. 그래서 매일 걷는 훈련이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이 들어서 계획을 바꿨죠. 매일 장거리로 걸을 수 있는 제주 올레길이나 한라산 둘레길을 대안으로 걸었어요. 이때의 경험이 PCT를 걷는데 많이 도움이 됐어요. 자연재해나 건강 및 장비 문제 등으로 길을 걸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기도 해서 그런 경우에 길에서 탈출하거나 우회하는 계획도 필요할 수 있구나 알 수 있었어요. 우리는 어떤 순간과 상황이 오더라도 겁먹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자고 다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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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T 기간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기억에 남은 사람이 있다면 소개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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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온천을 즐겼던 거요! 'Deep Creek Hot Springs' 라는 뜨거운 물이 샘솟는 곳에 가기 위해 처음 30마일 (48km)이상을 걸었어요. 해질 무렵 도착해 지친 몸을 Hot Spring에 담갔을 때를 잊을 수 없어요. 배도 고프고 며칠간 씻지 못해 꼬질꼬질한 상태에, 너무 많이 걸어 몸이 천근만근이었어요. 해가 지고 캄캄한 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며 온천에 들어가 돌에 머리를 기댔을 때, ‘아 이게 행복이지, 행복은 별거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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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행하던 것들이 작은 행복의 연속이었음을 다시금 알게 되었죠. 그리고 최소한의 흔적만 남긴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Deep Creek Hot Springs’가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어요.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과 분위기를 잊지 못할 것 같아요.
🗺️Deep Creek Hot Sp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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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도 인생에서도 자신의 속도에 맞게 나아가야 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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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스웨덴에서 온 솔로 하이커 제니(트레일네임 ButtBee 라는 친구였어요. 이미 우리가 그녀를 봤을 때 그녀의 발은 걸을 수 있는 발이라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발톱도 여러 개 빠져 있고, 물집에 멍에 보기만 해도 아파 보였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그녀는 얼마 걷다 중간에 포기할 수 있겠다고,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자신의 속도대로 계속 걸었어요. 발 상태도 나아지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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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조급해하지 않고 그녀의 여정을 펼쳤죠. 우리는 때론 다른 하이커들과 비교하며 불안해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제니를 통해서 남과의 경쟁이 아닌 우리 자신과의 경쟁이 더 중요함을 잊고 있다 다시 깨닫게 되었어요.
PCT로 신혼여행을 오면서 여행을 통해 마주한 경험들로 성장하길 원했어요. 제니를 통해서 인생도 이 여정도 경쟁이나 경주가 아닌 긴 여행이라는 사실을 제니가 다시 상기시켜 주었죠. 그녀 덕분에 우리도 우리만의 속도로 끝까지 여정을 마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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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적은 없었나요? 어느 여행이든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기도 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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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시에라(Sierra) 구간에서 물을 건널 때 였어요. 시에라는 PCT 전체 구간 중에서 하이커들이 가장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구간이기도 해요. 미국 본토에서 제일 높은 휘트니산(4,421m)이 있고,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위치해 비교적 높은 해발고도(3,000~4,000m 사이)를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는 곳이죠.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곳인데 무엇보다 물을 건너는 것이 가장 어렵고 위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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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5월 말 ~ 6월에 시에라를 지나갔어요. 겨우내 쌓인 눈이 녹으면서 강이나 계곡 등의 수위가 가장 높아지는 시기였어요. 실제로 시에라 구간에서 물을 건너다가 하이커가 사망했던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하고 물을 건넜어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얼음 물을 건너는 것은 생각보다 더 무섭고 위험했어요.
한 번은 아내 은경 씨가 물을 건너다 바닥에 발이 미끄러지면서 그대로 넘어졌어요. 수심도 깊고 물살도 세서 그대로 물에 휩쓸릴 뻔했어요. 다행히 둘이 서로 팔뚝을 단단히 잡고 있어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어요.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어요. 이런 물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 달 동안 매일 건넜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무사히 지나온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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